유아 미디어 교육의 필요성. 왜 지금 시작해야 하는가?

디지털에 둘러싸인 아이들, 이제는 ‘피하는 시대’가 아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유아의 손에 쥐어지는 시점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부모가 조용히 식사를 하기 위해 아이에게 유튜브를 보여주는 일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디지털 미디어가 단순한 오락 도구가 아니라, 유아의 감각 발달, 정서 반응, 사고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유아는 성인과 달리 정보를 비판적으로 필터링하는 능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자극적인 콘텐츠를 시청하게 되면 현실과 허구를 구분하지 못하고 몰입하거나,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 이제는 미디어를 단순히 ‘보여줄지 말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의 문제로 전환되어야 한다. 유아 미디어 교육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 아이가 미디어에 휘둘리는 존재가 아닌,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주체로 성장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어릴 때부터 익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 발달과 행동 발달 측면에서 본 교육의 시급성

유아기는 뇌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세상을 탐색하려는 욕구가 강한 시기이다. 이때 접하는 자극은 아이의 언어 능력, 시각·청각 발달, 사회성 형성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디지털 미디어는 강한 시각적 자극과 반복 구조를 가지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집중력을 높이거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동적인 사고, 언어 지연, 과잉행동, 감정 조절 어려움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AI 기반 추천 알고리즘에 따라 유사한 콘텐츠만 반복해서 시청하게 되면, 아이는 점점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원하게 되고, 현실에서의 놀이에는 흥미를 잃게 된다. 이처럼 미디어 노출이 아이의 인지 발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여러 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이를 방치할 경우 자연 발달 경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미디어 사용을 단순히 제한하는 수준이 아니라, **인지 발달 단계에 맞춘 ‘교육적 개입’**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부모와 교사가 함께 실천해야 하는 현실적 교육

 

유아 미디어 교육은 학교나 유치원에서만 이루어져야 하는 교육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교육 공간은 가정이며, 가장 효과적인 교육자는 부모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미디어 교육을 ‘전문가나 기관의 몫’으로 생각하거나,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는 간단한 질문 한 마디, 짧은 대화 한 줄이 아이에게 매우 큰 교육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본 뒤 “이 장면은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주인공이 왜 화났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상상력과 공감 능력, 논리적 사고력을 자연스럽게 키워나갈 수 있다. 또한 교사 역시 교실에서 단순히 미디어를 보여주는 도구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가지고 대화하고, 연극하고, 그림으로 표현해보는 활동을 통해 교육적으로 확장해야 한다. 유아 미디어 교육은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며, 부모와 교사가 일관되게 접근할 때 비로소 효과를 발휘한다.

 

[부모-교사의 일관성 있는 미디어 중재 필요]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와 교사가 아이에게 보여주는 미디어에 대해 서로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걸 자주 느꼈다. 어린이집에서는 제한을 두는 영상이 집에서는 허용되기도 했고, 어떤 날은 아이가 같은 영상을 봐도 다른 반응을 보이곤 했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부모와 교사가 같은 기준으로 미디어를 다루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유아 미디어 교육이 효과를 가지려면, 부모와 교사가 함께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키우고, 일관된 방식으로 미디어를 중재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영상 시청 후 아이와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어떤 콘텐츠를 선택할지에 대해 가정과 기관이 협력해야 한다. 특히 영상 자체보다도, 그 영상을 본 뒤 부모나 교사가 어떤 질문을 하고 어떤 반응을 이끌어내는지가 아이의 인지와 언어 발달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부모-유아, 교사-유아 간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한 미디어 활용 교육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단순히 ‘보여주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아이도 영상 속 내용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

 

유아 미디어 교육은 미래 역량을 위한 투자다

 

앞으로의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더 디지털 중심으로 흘러갈 것이며, 아이들은 그 환경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능력은 단순히 기기를 조작하는 기술이 아니라, 정보를 해석하고, 판단하고, 표현하는 능력, 즉 ‘디지털 문해력(digital literacy)’이다. 유아 미디어 교육은 바로 이 디지털 문해력의 기초를 다지는 첫 교육이다. 미디어 콘텐츠를 구분하고, 다양한 시각에서 생각하고, 나만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아이는 미래 사회에서 더 건강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어릴 때부터 무비판적으로 미디어를 소비하며 자란 아이는 정보의 흐름에 휩쓸리기 쉽고, 타인의 시선을 기준 삼는 수동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결국 유아 미디어 교육은 지금 당장의 중독 예방이나 콘텐츠 관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아이의 평생 사고방식, 관계 형성, 자기조절 능력, 창의성까지 영향을 주는 교육이다. 그래서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아이가 미디어를 ‘사용당하는 존재’가 아닌, 주체적으로 다룰 줄 아는 디지털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교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