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눌러주세요~” 말하는 아이, 자연스러운 걸까?
요즘 유치원 아이들이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우리 영상 찍는 척하자!”,
“얘는 유튜버 흉내 진짜 잘 내.”
놀랍게도 아직 글을 못 읽는 유아조차도 “구독과 좋아요~”를 외치며
카메라가 없는 상황에서도 SNS 콘텐츠 제작 놀이를 자연스럽게 한다.
부모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어 달라 하고, 사진을 고르며 필터를 이야기하는 유아도 늘고 있다.
이런 행동은 단순한 흉내 수준일까? 아니면
사회 정체성의 시작점에서 나타나는 행동 패턴일까?
유아기의 SNS 흉내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
이 시기의 모방 행동은 심리 발달과 자아 개념 형성의 핵심 통로이기 때문이다.
유아의 모방 행동은 '자기 이해'의 전단계다
유아는 만 3~6세 사이에 ‘나는 누구인가’를 행동과 놀이를 통해 형성한다.
이 시기에 아이는 어른을 따라하며,
그 모방 속에서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어”라는 자기 효능감과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라는 자기 정체감의 시작점을 구축해 나간다.
그런데 오늘날 유아가 가장 자주 모방하는 대상은
TV 캐릭터, 유튜브 크리에이터, 틱톡 댄서, 그리고 SNS 속 ‘인플루언서’들이다.
이들은 감정 표현, 언어, 제스처, 역할 행동을 아이에게 강하게 각인시킨다.
결국 SNS 흉내는 단순한 따라하기가 아닌, 자아 모양을 만드는 과정일 수 있다.
SNS 흉내 행동이 심리 발달에 끼치는 영향
1. 자기 표현력은 증가할 수 있다
아이들이 SNS 콘텐츠를 흉내 내며 자신을 표현하고,
목소리 톤, 표정, 동작 등을 변형하는 과정은 표현력 훈련이 될 수 있다.
이는 자아를 외적으로 표현하는 데에 자신감을 줄 수 있으며,
사회적 상황에 대한 감각을 높이는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
2. 하지만 ‘외부 시선 중심 사고’가 빨라진다
SNS의 핵심은 ‘나를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가 계속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를 먼저 고려하기 시작하면
내면 중심 사고보다 외부 반응 중심의 자아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이것은 자존감의 외적 의존, 불안정한 자기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3. 과잉 자극 행동으로 연결될 수 있다
유튜브나 틱톡 등 SNS 흉내의 많은 요소는
- 과장된 목소리
- 빠른 장면 전환
- 지나치게 명확한 감정 표현(과장된 웃음, 소리 지르기 등)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신체적 자극 중심의 행동 패턴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산만함, 흥분 과잉, 충동 조절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4. 또래 관계에 영향을 준다
SNS 흉내를 자주 하는 아이는 ‘보여지는 나’에 더 집중하며
함께 놀이하는 친구와의 관계보다 혼자 카메라 앞의 역할을 주도하려는 성향이 강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협동 놀이 감소, 자기 주장 강화, 역할 독점 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부모와 교사가 할 수 있는 현실적 대처법
SNS 흉내를 한다는 이유로 아이를 혼내거나,
단순히 “하지 마”라고 말하는 건 해결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행동 이면에 담긴 아이의 욕구를 읽고,
더 나은 방향으로 연결해주는 구조가 필요하다.
첫째, “이걸 왜 따라 하게 되었을까?”를 질문해보자.
어떤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보고 있는지,
그 콘텐츠가 아이에게 어떤 감정을 주는지를 관찰하고,
“너 이 장면 따라 하는 거 좋아하네?”, “재미있었어?”라고 공감하는 접근이 우선이다.
둘째, 아이의 SNS 흉내 행동을 ‘표현 욕구’로 이해하자.
단순히 유행을 따르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나도 보여주고 싶어”, “사람들 앞에서 나를 표현하고 싶어”라는 마음이 숨어 있다.
이를 연극, 역할극, 그림 표현, 이야기 지어보기 등으로 전환하면
건강한 방식으로 자기 표현을 이어갈 수 있다.
셋째, ‘보여주는 놀이’와 ‘함께하는 놀이’의 균형을 맞추자.
영상 놀이가 너무 많아지면, 일방적 표현 중심이 되고,
사회적 상호작용이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함께 만들고, 함께 놀이하고, 감정을 나누는 시간이 SNS 역할 놀이와 함께 공존해야 한다.
넷째, 영상 흉내 이후 꼭 ‘되짚기 질문’을 하자.
“방금 따라 한 거 재밌었지? 그런데 진짜라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
“그 캐릭터는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이런 질문은 비판적 사고와 감정 인식을 동시에 훈련시켜준다.
유아기의 흉내는 곧 ‘정체성 연습’이다
유아가 하는 흉내는 무의미한 장난이 아니다.
아이들은 매일 자신이 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시험해본다.
오늘은 유튜버, 내일은 선생님, 또 다른 날은 히어로가 된다.
이 과정은 어른이 보기엔 장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기 정체성 형성이라는 매우 본질적인 심리 발달이다.
그래서 우리는 흉내를 억누르는 게 아니라
그 흉내가 더 나은 자기 인식과 건강한 표현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찰하고, 질문하고, 확장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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