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유치원엔 스마트패드가 없어요
수도권 그리고 일부 특별자치도를 포함하고 있는 도시에서는
너무 당연해서 잊고 있는 것들이 있다.
유튜브를 시청하며 쉬는 시간보내기,
디지털 칠판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교실,
스마트패드로 언어 학습 앱을 사용하는 아이들.
그러나 단 1시간만 외곽 지역의 유치원으로 이동해 보면 그 ‘당연함’은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라고 생각이 바뀔 수 있다.
“저희 유치원은 와이파이가 잡히질 않아서요.”
“스마트기기요? 교사 개인 노트북이 전부예요.”
“아이들은 미디어보다 논두렁 뛰어다니는 게 일상이에요.”
‘시골 유치원과 도시 유치원 사이의 미디어 격차’는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 격차가 점점 더 커지고 있으며,
교육 기회의 불평등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격차는 단순한 기기 보유 유무가 아니다
일부에서는 자연 유치원이라고 생각하며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어차피 미디어는 없어도 되는 것 아닌가요?”
“농촌 아이들은 자연에서 크는 게 더 좋은 것 아닌가요?”
이 말은 맞는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다.
중요한 건 '미디어의 유무'가 아니라 '선택권의 유무'이다.
도시 아이들은 필요할 때 디지털 학습을 할 수 있고,
부모와 함께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농촌 아이들은 선택할 수조차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는 아직 스마트기기를 만져본 적이 없어요.”라는 말이
지금도 대한민국 유치원 현장에서 실제로 들리고 있다.
실제로 어떤 차이가 발생하는가?
기초 디지털 조작 능력 격차
도시 유치원 아이들은 이미 만 5세 이전에
스마트기기 잠금 해제, 유튜브 앱 실행
간단한 음성 입력 검색, 터치 게임 앱 조작
같은 ‘기초적 디지털 조작 능력’을 습득하고 성인 만큼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하다.
반면 농촌 유치원에서는 이러한 경험이 거의 없다.
입학 전까지 TV 외의 화면 기반 인터페이스를 조작해본 경험이 없는 경우도 많다.
미디어 해석력 격차
미디어 리터러시란 단지 조작 기술이 아니라,
내용을 이해하고, 구별하고, 판단하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영상 속 광고를 구별하는 법, 사실과 허구를 구별하는 법
자극적인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
이 모든 훈련이 ‘경험 기반’으로 축적된다.
하지만 농촌 유아는 단지 미디어를 적게 보는 게 아니라,
이러한 해석력 훈련 자체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교사의 수업 설계 역량 차이
도시 유치원의 경우,
스마트 보드, IPTV, 인터넷 기반 교사 자료실 등
다양한 미디어 수업 도구에 접근 가능하다.
또한 정기적인 디지털 기반 교사 연수 기회가 많다.
반면 농촌 유치원의 교사들은
자체 프린터나 인터넷 회선도 부족한 경우가 있으며
디지털 수업 콘텐츠를 자체 제작해야 하는 환경에 있다.
이러한 수업 도구와 정보의 격차는 교사의 부담으로 직결된다.
수치로 보는 ‘유아 미디어 교육 환경’의 격차
2023년 교육부의 한 통계에 따르면,
농촌 유치원의 디지털 기기 보급률은 도시권의 절반 이하이다.
전국 국공립 유치원의 무선인터넷 설치율은 수도권이 약 95%,
비수도권 중 농촌 지역은 60% 미만.
일부 도 단위 지역에서는 교육용 스마트패드가 전무한 유치원도 30% 이상 존재.
이는 단지 ‘없다’는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접근 자체가 지역별로 불균형하다’는 구조적 문제를 의미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스마트기기 보급’보다 ‘지역 맞춤형 미디어 커리큘럼’
단순히 스마트패드를 나눠주는 정책은 근본적 해결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해당 지역의 인프라, 교사 역량, 아동의 생활환경을 고려한 ‘미디어 교육 커리큘럼’ 개발이다.
오프라인 중심의 시청각 자료 구성하고,
데이터 사용 없는 로컬 앱 기반 수업 구성
미디어 없이도 미디어 개념을 이해시키는 놀이 활동 개발
이러한 농촌형 미디어 교육 모델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교사 대상 ‘저인프라 환경 전용 연수’ 제공
농촌 교사들은 "기기가 없어서 수업이 어렵다"는 불만보다
"어떻게 수업을 구성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더 자주 토로한다.
따라서 ICT 없이도 가능한 미디어 교육
즉, ‘비디지털 기반 리터러시 교육법’에 대한
전문 연수 프로그램 개설이 시급하다.
그림책을 활용한 정보 분석 교육
감정 표현 그림 그리기를 통한 감성 미디어 이해
역할극 기반의 광고 이해 활동 등 연수가 필요해 보인다.
‘기기 지원’보다 ‘디지털 문화 지원’으로 확장
도시와 농촌의 격차는 기계가 아니라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스마트기기 한 대로 해결할 수 없다.
농촌 학부모에게도 디지털 리터러시에 대한 인식 개선 교육을 제공해야 하며,
마을 공동체 내에서도 ‘어린이 디지털 체험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실 가능한 마을회관에 ‘미디어 놀이방’을 설치하거나,
지자체 주도로 ‘미디어 이해 주간’을 운영하는 식의 사회적 참여 기반 교육 모델이 필요하다.
유아 미디어 교육은 지역 불평등의 시험대다
미디어 교육은 단지 미래형 교육이 아니다.
그것은 정보의 평등, 사회적 연결, 그리고 학습권 보장의 문제다.
아이가 도시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더 많은 정보에 접근하고
더 나은 교육을 받고
더 다양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면,
그것은 교육이 아닌 차별이다.
'농촌 유치원엔 와이파이가 없다'는 문장이
놀라운 이야기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실로 여겨지고 있다면,
지금이 바로 그 문장을 바꾸기 위한 첫 번째 행동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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